어반스케치, 크로키가 그림실력을 쌓는 기초체력 다지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2016년 늦가을이었습니다. 벌써 8년 여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작품다운 작품이 나오겠지요. 포기하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그냥 쉬어도 합니다.
최근에는 어반스케치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어서인지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 너무 생소했습니다. 운전같이 다시 하면 되는 줄 알고 덤벼들었던 3년여전의 놀람은 이제는 없었습니다. 그저 다시 익숙해질 때까지 그려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최근에 그림을 그리면서 그간 왜 그림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도 계속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몇 가지 적어봅니다.
첫 번째, 못 그린 그림도 겹겹이 쌓이면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선이 삐뚤빼뚤해도 그 위에 레이어가 쌓이면 입체적으로 보였습니다. 어반스케치를 배우면서 큰 깨우침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선 하나에 너무 집착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저 못 그린 선하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을 몰랐습니다.
미술전공자의 선을 따라하고자 그들이 보낸 시간을 한 번에 거스르려 했던 급한 마음에 되지도 않을 시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못 그린 대로 완성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나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던 것 같습니다.
웹툰전문과정을 배울 때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동료들과의 대화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업전문학교라는 특성과 만화가라는 특징이 더해 대화가 거의 없고 쉬는 시간에도 묵묵히 그림연습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평가가 없었습니다.
그저 제일 잘 그리는 동료에 대한 동경만 있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노력만이 답이라고 채찍질을 할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재밌고 즐겁기 위해 시작한 만화가, 자기 학대에 가까운 다그침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창작의 고통이라 오인하고 당연히 쉽게 되지 않는 것이라고 오인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잘못된 방향이었습니다.
세번째, 취업을 해야 되는 특수성 = 1주에 50컷 이상 그려야 하는 빠르기
일주일에 1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50~80컷 (최근에는 100컷 가까이 나오기도 하는 듯합니다.)을 그려야 하는 속도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전공자가 아니거나 오랫동안 꾸준한 그림실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그림실력 쌓기입니다.
빨리빨리. 그래서 선도 그렇게 휙휙 그려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단한 웹툰작가분들은 그렇게 그림작가로 몇 년을 보내거나, 이제는 사라진 문하생으로서 세월을 보낸 뒤, 정식으로 데뷔하는 실력을 쌓게 되는 것이겠지요.
보통의 결심으로는 되지 않는 일인데, 너무 무식하게 덤볐던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웹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림퀄리티와 스토리를 뽑아내기 위해선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숙련된 고수들로 이뤄진 팀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경쟁보다는 그냥 돈을 못 벌어도 느린 작품을 하고자 한 것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그림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스토리이었습니다.
제가 못 그린 그림체로 이 블로그에 올렸던 '망조'와 같은 작품을 시도했던 동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실력을 쌓기 위해 매몰되었던 에너지는 정작 스토리에 배분을 했었야 했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걸 멋지게 그려내야 한다는 강박에 스토리조차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3년 전 어느 날 '오리지널리티'라는 꼭지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웹툰학습일기 #8 )
이미 작품을 완성할 수도 있었다는 것에 뭐가 그리 바빴나 싶었습니다.
다섯 번째, 포기하면 계속 시작, 무한반복 합니다.
어반스케치를 시작한 지 반년이 좀 넘은 듯합니다. 일주일에 그림 한 장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쫓기는 마음은 없습니다. 이런 속도로 천천히 손을 풀고, 그간 모아 온 그림에 대한 책을 읽어가며 그에 대한 기록을 해나가며 작품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월간 윤종신' 스스로에 약속을 하고 작품을 하나씩 내려고 합니다. 2년 후면 만화를 그려보겠다고 시작한 지 10년이 됩니다. 그 2년을 소중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이 티스토리가 블로그 플랫폼으로써 많은 노이즈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않고 계속 써왔던 곳에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림실력처럼 문제는 플랫폼이 아닌 듯해서 입니다. 그저 해나가는 꾸준함이 중요할 듯 해서 3년 만에 다시 시작합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만들어내어 천천히 느릿하더라도 나아가고자 스스로 약속합니다.
해내자.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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